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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이 죽은 개인가?

마르크스, 탈근대, 그리고 헤겔(1)

부정변증법님의 훌륭한 글을 읽으면서, 헤겔이 과연 죽은개가 되었을까 하는 점에 대해 저도 몇자 적어보려 합니다. 헤겔은 분명 죽은 개는 아닙니다. 이성의 간계 역시 헤겔의 용어지요. 중요한 것은 니체 역시 승리하지는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오바마가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것처럼요) 헤겔에 대적하는 사상가들이 왜 그에게 대적해야만 했는지를 보다 면밀히 보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서구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중의 하나가 동일자와 차이에 대한 사유였습니다. 헤겔 철학은 분명 동일자와 차이에 대한 사유의 극한까지 갔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 사유의 근원에 놓인 동일자가 차이에 대해 갖는 확고한 우위에서 비롯됩니다. 니체가 헤겔을 비판하고 포스트주의자들이 헤겔을 비판 하는 것 역시 그 근저에 놓여있는 근본적인 동일자에 대한 사유의 차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말씀하신 것처럼 결국 포스트 주의자들도 변증법이라는 큰 틀에서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철학적 사유 자체가 변증법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목적론적 역사관과 동일자로의 회귀를 위해 방법론적인 변증법을 확대할 때, 사유의 방법을 사유의 진실로 오도 할때, 문제는 달라집니다. 하이데거 이후의 탈헤겔주의 철학자들이 외친 것도 바로 이러한 수단과 목적의 차이입니다. 수단으로서의 헤겔은 옳지만, 그가 취한 방향은 잘못되었다는 것이 맋스의 입장이기도 하고요.

따라서 아도르노를 친헤겔주의자라고 볼수는 없습니다. 그의 부정변증법은 헤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의 몸부림으로 볼 수 있고, 끝없이 목적이 동일자로 귀결되는 세계관을 공격하기 위한 몸짓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차이의 차이는 부정의 부정 만큼이나 논리 이상의 목적을 지니게 됩니다. 차이 자체를 긍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이의 차이와 부정의 부정의 논리적 맥락만을 보게 될때, 우리는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들뢰즈가 끝없이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 점입니다. 즉 차이는 차이와 차이와 차이 사이의 차이들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차이의 무한한 반복 속에서 창조의 공간으로 이어진다는 점이죠. 니체의 철학 역시 헤겔을 완전히 거부한다기 보다는 헤겔의 철학에서 이성의 힘으로 억눌러진 힘과 그 힘의 창조적 공간 창출을 바랬던 것입니다.

따라서, 헤겔 철학에서 가장 문제시 되는 부분이기도 한 미학은 오히려 역으로 헤겔 철학의 근본이 되며, 그 근본을 니체는 공격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헤겔은 미학을 자신의 철학의 거대한 체계 속에 포함시키려 했지만, 결국 그 역시 예술의 근원적인 부분이 그의 변증적 이성체계에서 벗어날 수 밖에 없음을 은연중에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틈에서부터 니체는 자신의 철학을 완성했으며, 바로 이점에서 푸코 이후의 많은 사상가들이 출발하게 된다는 점을 보았을 때, 헤겔은 죽은 개가 되지는 않았지만, 얻어맞는 개가 되어야 했던 당위성이 인정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푸코의 푸념은 오히려 모순의 모순이 무모순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라 보입니다. 푸코는 헤겔의 방법론이 틀렸다고 할 수 없으면서도 헤겔의 내부를 파괴하려는 자신의 작업의 어려운 난점을 보여준것이라 보입니다.

by 다이몬 | 2008/11/05 00:26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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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부정변증법 at 2008/11/05 08:21
푸코의 고민은 정말 예리하게 보셨습니다. 변증법을 사유의 방법이 아니라 일종의 존재론으로 보게될때 헤겔은 하나의 질병이 됩니다. 그리고 본인이 그 병에 걸리기도 했고...엥겔스는 그 병을 재앙으로 만들었고.... 그 부정의 힘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형이상학이 되어버린 체계를 파괴하는 것...

사실 그것은 아도르노가 평생 싸워왔던 것이기도 합니다. 아도르노는 어떤면에서는 동일성의 극단적 반대를 밀어붙였습니다. 들뢰즈보다 더 지독하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그는 하이데거나 베르그송까지도 가혹하게 몰아붙였습니다...그의 부정과 들뢰즈의 차이는 거의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도르노의 부정이 "~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외부의 것. 그것과 동일자로 포섭되지 않는것"을 말하기 때문이죠. 이 점에서 분명 아도르노는 헤겔을 벗어난듯 보입니다. 그 점에서 아도르노를 친헤겔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타당합니다. 다만 제가 쓴 글에서 루카치의 관련학파를 생각없이 나열하다보니 포함된듯 합니다.

훌륭한 글이라고 하신 부분은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이건 10년전에 대학원 보고서를 우연히 발견해서 갈무리 해 둔 것인데, 좀 더 다듬어 보려고 한 것을 그만 비공개 체크를 잊어버려서 퍼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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