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는 잃어버렸던 얼굴의 한면을 유리창에서 발견했다. 새벽에 후두둑 떨어지는 우박구름들이 사내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숱한 다짐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그 얼굴에 기생하는 조그만 자신들을 발견하게 된다. 우글우글 거리는 퉁퉁한 애벌레들을 지켜보며, 사내는 에프킬라를 생각한다. 에프킬라는 모기를 죽이는 것일까? 나의 저 저열한 것들의 지구상에서의 삶을 마무리지어야 할텐데. 사내는 불을 끄고 희미하게 흩어지는 애벌레들을 잊으려 노력했다. 그녀는 이미 저 애벌레의 얼굴에 뽀족히 솟아 있음을 알고 있다. 언젠가는 변태를 하고 나방이 되어 버릴 거야. 그리고 기억 너머로 날아가겠지. 한마리 한마리씩 애벌레들은 새로운 것들을 위해 변하고 시간 저 너머로 가 버릴 거야.
사내는 우박 너머에 자라고 있을 거대한 애벌레 도시를 생각해 보았다. 변태를 하지 못한 애벌레들, 그리고 그들의 추억에 잠긴 코맹맹이 소리들, 조심스럽게 퍼덕이는 수백개의 다리들. 그 다리들 사이로 활동사진처럼 스치는 장면들과 그 무의미함. 그리고 그 밑에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썩어가는 나들과 나의 생각들. 그들은 너무나 멀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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