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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에 반대한다

최근에 여러가지 분노할 만한, 아니 천인공노할 만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이 죄값을 치루어야 하며, 그러한 일들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전혀 이의가 없다. 문제는 김문수가 말한 사형제 존치논란에 대해서이다. 개인적으로 사형제에 대해 반대를 한다. 물론, 이것은 나의 종교적 믿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개인적으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이것은 법과 그 법의 역할, 그리고 많이 이야기 된 윤리의 근원에 대한 문제와 연결이 되어 있다.

근대의 제도중에서 가장 무시무시했던 제도가 사형과 감옥이였다. 푸코가 정확하게 지적하듯이, 사형과 감옥은 근대의 유산이며, 이러한 제도의 근저에는 제도에 대한 근대인들의 망상이 들어 있다. 즉, 죄를 범한 이를 죽이면, 그 무시무시한 광경과 결과에 다른 이들이 죄를 범하지 않을거라는 믿음체계, 더불어, 시민사회의 성숙에 따라, 시민들이 한 사람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다는 유사 민주적 사유가 작용하게 된다.

인류가 있고부터 살인과 중범죄와 사형은 있어왔다. 실제로, 신정일치를 주장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신의 이름을 통한 종교적 죽음을 인정하고 있으며 (대개 이러한 종교들은 바빌론의 함무라비 법전의 정신에 따르는 이슬람, 유대교, 기독교들이다), 신을 믿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공적인 죽음 (아시아에서의 사형)을 인정해 왔다. 문제는 신정일치의 시대가 끝나고, 우리가 말하는 계몽의 시대, 혹은 근대의 시대가 시작되고 부터이다. 인권이라는 말과 주권이라는 말, 더불어, 민주정치라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사형제는 이제 이성적 판단의 근거에 대한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

근대 사회에서의 사형의 문제는 이것이다. 과연 그 사람의 죄를 정확하게 어떻게 규정하고, 어떤 경계안에서 그 사람의 공적 죽음을 언도할 수 있는가 이다. 한명을 죽이면 사형이 아니고, 수십명을 죽이면 사형이라고 했을 때, 전쟁터에서의 군인은 왜 사형은 받으면 안되는가? 인간이 오류의 동물이라고 보았을 떄, 과연 우리의 이성적 판단이 어디까지 진실을 알 수 있는가? 더불어, 다수의 감정적인 만족을 위해 우리의 희생양으로 그, 혹은 그녀를 죽이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

규범과 이성을 중시한 근대는, 이러한 사형제에 대한 의문을 끝내 풀지 못했다. 오히려 그 혼란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대부분의 법학자들은 사형을 전근대적인 제도로 못 받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과연 누가 어떤 상황에서 누구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있는가 이다. 그러나, 이 역시 전시에 적군을 죽이는 것이 용납되는 현실 사회에서 더욱 큰 문제를 부르고 있다. 만일 어떤 이가 공공의 적이라고 언명된다면, 국가라는 집단은 행정력을 통해 그 적을 죽일 권리가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 만일 어떤 집단이 유태인들을 국가의 적이라고 규정하고 모두를 죽인다면, 우리는 과연 그것을 옳다고 봐야 하는가?

무기징역과 사형의 판단은 과연 어떠한 기준으로 정해질까? 판사나 배심원들의 개인적인 사견이 들어가지 않을까? 아직도 율법에 따라 돌로 쳐죽이는 전근대적 이슬람 국가들과 법이라는 미명하에 더 심한 범죄를 저지른 백인들보다 더 약한 범죄를 저지르는 흑인을 더욱 죽이는 미국이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만일 사형을 존치한다면, 우리는 사실 민주제라는 미명하에 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같이 돌을 던진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우리는 사형을 통해 실제로 우리가 하지 못하는 어떠한 분노의 표출과 야만적인 행위를 대신 시키고 있을지 모른다. 유영철은 물론, 죽어서 마땅한 인간이다. 이번에 아이들을 죽인 그 인간도 마땅히 죽어야 할 인간이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구가 그 사람들을 돌로 쳐 죽일 수 있을까? 그것을 대신 실행하는 국가는 과연 옳은 것일까?

지난 십년 간, 우리 사회의 인권은 많이 신장되었다. 인권을 가지고 비웃을수는 있어도, 과연 인권이 누군가의 억울함을 구제할 수 있다면, 비웃는 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수 있다. 만일, 당신이 정치범으로 들어가 사형을 당한다면, 누가 당신을 구할 것인가? 우리는 전근대로 돌아갈 수 없다. 오히려, 탈근대의 시대에 근대의 문제를 좀 더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형제가 근대의 산물이라면, 우리는 법의 탈을 쓴 야만에 대해 조금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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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몬 | 2008/03/22 13:21 | 트랙백(1)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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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dcdc의 잡담창고 at 2008/03/26 16:03

제목 : 사형제도 반대 반대 반대.
 사형제도 폐지에 반대하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이런 요지의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가해자만 인권이 있고 피해자는 인권이 없냐'라는 것이지요. 물론 둘 다 인권이 있어야 합니다. 어느 한쪽에라도 인권이 부재한 상황은 문제가 있지요. 그러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한쪽의 인권을 박탈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더욱 더 큰 문제입니다. '나는 피해 받았는데 너는 피해를 받지 않았으니 공평하게 너도 당해야해.'는 폭력이죠.  물론 정당한 처......more

Linked at dcdc의 잡담창고 : 사형제.. at 2008/03/26 16:00

... 고 그 방향성이 될 사회는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 쪽에 가깝겠지요. 덧// 우왕ㅋ굳ㅋ 진짜 못쓴 글이다 -_-; 그러니 훨씬 좋은 글 두개 링크. 진중권씨 글 이오공감에 추천드렸던 다이몬님의 글. 덧2// 뭐 그래도 정치범은 이젠 당연히 사형불가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더군요 ^^; ... more

Commented by 썰렁이 at 2008/03/22 14:46
사형제가 남아있는 한 언제까지나 제기될 수 밖에 없는 문제이지요. 그렇다고 속시원한 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사형제는 확실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감정적 요소도 들어가 있죠. 네가 행한 만큼 너도 한번 당해봐라는. 대신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피해자의 가족이 아닌 국가가 대신 응징을 하는 것 뿐이죠. 응징이라기 보다는 보복이 더 정확한 표현같긴 하지만요.

저도 솔직히 사형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남은이들의 원한과 분노를 생각하면 선듯 사형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지 못하죠. 더구나 자신은 후회하지도 않는다고 잘못을 빌거나 용서를 구하는 것을 거부하는 살인자들의 경우(일부지만 없지는 않다고 들었습니다) 과연 피해자의 그 원한은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요.


......인간은 원래 야만적입니다. 가식의 가면을 뒤집어 쓰고 있다 하여도 언젠가는 들통날 수 밖에 없지요. 만약 제 가족이 피해자라면 전 공권력 개입 이전에 제손으로 직접 죽여버릴 겁니다. 전 성인군자가 아니고 될 생각도 없죠. 피해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면 용서해 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 그런 성인군자가 아닙니다. 이런게 인간입니다.

만약 억울한 피해자를 염려하신다면 사형판결 이전의 과정에서 엄격하게 가려내도록 하는 것이 더 본질에 가까운 해결책이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만약 무기징역이라 해도 억울한 피해자의 고통은 보상받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사형제는 감정적이고 야만적이므로 없어져야 한다는 것 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현실과 타협한 것이기 때문에 현실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없어질 때도 되지 않았나가 더 현실성있는 설득일것 같네요.


ps. 제 글은 그냥 한번 생각해 볼 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모르는 분께 실례가 많았습니다.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길잃은고래씨 at 2008/03/22 16:0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이뭥미 at 2008/03/24 14:18
썰렁이>> 내가 억울하면 살인마를 죽여도 된다는 겅미? 살인마를 죽이면 자신은 살인마가 아닌겅미? 살인마를 죽이면 살인마의 가족의 분노는 그럼 또 어떡함미? 성인군자를 운운하기 전에 우리는 우리가 만든 사회의 질서에 따를 의무를 가지는 겁니다.
Commented by Cuchulainn at 2008/03/26 01:51
사람을 죽이는 것이 허용될 수 없는 죄라면, 사형제를 통해서 국가가 죄인을 죽이는 것 역시 사람을 죽이는 것에 포함되는데 저건 왜 허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한번 이야길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나 사형제도의 문제는, 사형이라는 처벌이 비가역적인 처벌이라는 점인데, 오심에 의해 무고한 이가 사형을 당하게 될 경우 어떻게 보상을 할 수 있는지도 저는 모르겠네요. *그래서 전 사형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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